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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당 풍습과 굿판

경기 남부 굿과 음악

경기 남부 굿과 음악

경기 남부 굿과 음악
경기남부 굿과 음악

서울의 굿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경기 남부 굿음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경기 남부 굿은 무업을 집안 대물림으로 이어받는 세습무당에 의해 전승되는 점에서 강신무당에 의해 전승되는 서울 굿과는 다릅니다. 그러나 경기 남부 굿은 세습악사가 음악을 연주하고, 서울 굿음악과 비슷한 굿음악을 연주한다는 점에서 서울 굿과 음악적으로는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경기 남부의 세습무를 통칭하여 '화랭이패'라고 합니다. '화랭이패'라는 용어는 신라의 '화랑(花郞)'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화랑은 정치·군사 지도자의 덕목을 쌓기 위해 문무를 갈고 닦기도 하지만, 종교적 신비체험을 경험하면서 심신을 단련하기도 합니다. 이런 화랑의 종교적 성격이 아직도 세습무당집단인 화랭이패에게 전승되는 것입니다. 화랭이패는 남녀간의 역할분담이 명확합니다. 여성 무당인 '미지'(혹은 '지미', '지모')와 남성 악사인 '화랭이'로 구분합니다. 여성 무당은 노래와 춤을 학습하여 굿을 주관하는 사제자입니다. 남성 악사는 악기로 굿의 반주를 담당하면서 일부 굿거리에서는 직접 노래와 춤을 연행하기도 합니다.

경기 남부 굿의 독특한 음악

경기도 굿에서 화랭이의 역할은 다른 지역의 악사에 비해 무척 막중합니다. 화랭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삼현육각 편성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것입니다. 삼현육각으로 연주하는 음악인 긴염불, 반염불, 굿거리, 타령, 당악은 서울 굿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기도 굿에는 서울 굿에서 연주하지 않는 음악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 굿에서는 시나위를 연주하는데, 시나위는 서울 굿에서는 연주하지 않는 음악입니다. 경기도 굿에서 춤을 반주하는 음악으로 쇠풍장이 있습니다. 쇠풍장은 쇠(꽹과리, small gong)가 중심이 되는 풍장이라는 말입니다. 풍장은 쇠, 장구(hourglass shaped drum), 징(large gong) 등의 타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말합니다. 이는 풍물이나 풍악과 같은 의미로서, 농악(farmers' band music)을 풍장이로고도 합니다. 즉, 쇠풍장은 쇠가 중심이 되어 타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이라는 의미입니다. 쇠풍장으로 연주하는 음악으로 반설음, 부정놀이, 올림채, 덩덕궁이, 진쇠 등이 있습니다. 쇠풍장 음악은 서울 굿에서는 볼 수 없는 경기 남부 굿의 특징입니다.

화랭이의 중요한 역할

경기 굿이 서울 굿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굿에서의 화랭이의 참여가 많다는 것입니다. 화랭이는 부정굿(purification ritual)에서 장구를 치면서 무가를 부릅니다.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부정을 물리는 돌돌이(band procession)를 할 때에도 화랭이의 역할이 큽니다. 돌돌이를 하면서 우물이나 장승, 마을의 어귀 등 주요한 지점에서는 미지의 축원에 이어 화랭이가 무가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잡귀잡신(malevolence spirits)을 몰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군웅굿(sequence for military deities)에서 부르는 군웅노정기, 중굿(sequence for Buddhist monks)에서 부르는 중타령, 제석굿(sequence for Buddhist deities)에서 부르는 제석청배 등은 화랭이의 뛰어난 예술성을 부르는 노래입니다. 화랭이가 하는 거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이 터벌림입니다. 터벌림은 '터를 벌린다(widen the ritual space)'는 의미입니다. 굿을 진행하다 보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굿판(ritual space)이 점점 좁아집니다. 그러면 화랭이들은 굿판을 넓게 벌릴 목적으로 여러 기예를 선보입니다. 예전에는 터벌림을 할 적에 10여 명의 화랭이가 출연하여 땅재주나 줄타기와 같은 각종 기예를 선보였다고 합니다. 물론 이렇게 화랭이들이 기예를 선보이는 것은 관객에 대한 '팬 서비스'의 기능도 하게 됩니다. 이 시간에는 서울 굿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경기 남부 굿과 음악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경기 남부 굿은 삼현육각으로 대풍류를 연주하는 점에서는 서울 굿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서울 굿에는 없는 시나위와 쇠풍장 등을 연주하는 점에서는 서울 굿과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