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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당 풍습과 굿판

전라도 굿판의 악사

전라도 굿판의 악사

전라도 굿판의 악사
전라도 굿판의 악사

전라도 굿판의 악사(shaman musician)를 '고인'이라고 합니다. 이 용어는 '북을 연주하는 이'라는 의미로 '북 고 자 사람 인 자를 써서' '고인(鼓人)'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고인이라는 호칭은 본래는 전통사회에서 궁중 악사(court musician)를 일컫는 '고인(工人)'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서울 굿판의 악사를 '전악'이라고 하는데, 이 말도 궁중 악사를 일컫는 말입니다. 결국 굿판의 악사를 일컫는 말은 궁중 악사를 일컫는 말에서 나온 것입니다. 궁중음악과 굿음악이 서로 교류를 했다는 사실을 굿판의 악사를 일컫는 용어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전라도 굿판 악사의 예술성

전라도 굿판의 악사들은 집안 대대로 무업을 잇는 세습무가(hereditary shaman family) 출신입니다. 이들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교로 듣는 음악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굿음악입니다. 이들의 태어나서 노는 장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연행하는 굿판입니다. 태아 때부터 굿음악을 듣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에 능한 예술인으로 자랍니다. 그렇기에 전라도 굿판의 악사들은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음악가입니다. 전라도 최고의 고인으로 꼽히는 이가 진도의 박병천입니다. 그는 국가무형문화재 진도씻김굿 예능보유자였습니다. 그의 집안은 진도에서 증조할아버지부터 4대째 내려오는 세습무당 집안입니다. 그의 작은할아버지인 박종기는 대금산조를 만든 대금(bamboo transverse flute)의 명인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피리(double-reed oboe)의 명인이었고 어머니는 진도의 소문난 당골이었습니다. 워낙에 예술적 자질이 탁월했던 박병천은 진도씻김굿의 예능보유자로 인정되었습니다. 박병천은 북춤(drum dance)이나 들노래(farming songs), 만가(funeral songs) 등의 여러 분야에 두루 능한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대불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진을 양성하다가 2007년에 타계했습니다. 박병천의 뛰어난 예술성은 그의 음반인 씻김이나 박병천 구음다스름 등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전라도 악사의 다재다능함

전라도 굿판의 악사들은 여러 악기에 두루 능한 음악가입니다. 그들의 음악성은 선천적으로 몸속에 녹아있기 때문에 어느 악기로도 뛰어난 음악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라도 최고의 악사로 여겨지는 박영태를 통해 이를 확인하겠습니다. 박영태는 8대째 무업을 잇는 세습무가 출신입니다. 그는 현재 부인인 이장단 당골과 함께 활발하게 굿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라도 굿판의 악사인 고인들은 뛰어난 음악성을 갖춘 음악인입니다. 이들의 음악에서 시나위와 산조 등의 많은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너무도 당연한 현상입니다. 전라도 당골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라도 굿의 예술성도 이제는 보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