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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당 풍습과 굿판

전라도의 씻김굿 종류와 목적

전라도의 씻김굿

전라도의 씻김굿
전라도의 씻김굿

전라도에는 사람이 죽었을 때 하는 굿이 많습니다. 사람이 죽었을 때 하는 굿을 학계에서는 망자천도(亡者遷度)굿(shamanic séance)이라 합니다. 보통은 오구굿 혹은 오귀굿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를 지방에 따라서 함경도에서는 망묵굿, 평안도에서는 다리굿, 황해도에서는 시왕굿 또는 수왕굿 등으로도 부릅니다. 전라도에서는 이를 씻김굿이라고 합니다. 씻김굿이란 죽은 이의 영혼을 씻어서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굿이라는 의미입니다.

씻김굿의 종류와 목적

전라도에서 씻김굿은 굿을 하는 시기와 내용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초상이 났을 때 시신을 둔 채로 하는 굿을 곽머리('곽(coffin)의 머리'라는 의미) 씻김굿이라 합니다. 특별히 날을 받아서 하는 굿을 날받이(특별한 '날[日]을 받는다'는 의미) 씻김굿이라 합니다. 소상(小喪)날 밤에는 소상 씻김굿을 합니다. 대상(大喪)날 밤에는 대상 씻김굿을 합니다. 초분(grass tomb)을 했다가 땅에 매장하는 날 밤에는 초분 이장 때의 씻김굿을 하기도 합니다.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혼을 건져서 씻기는 굿은 혼건지기굿이라 합니다. 이를 넋(soul)을 건진다는 의미로 '넋건지기굿'이라고도 하고 물을 관장하는 용왕을 위해 하기 때문에 '용굿(lit. 'dragon ritual')' 혹은 '용신굿(it. 'dragon god ritual)'이라고도 합니다. 죽은 이의 혼을 맞는다고 해서 혼맞이굿이라고도 합니다. 총각이나 처녀로 죽은 사람들끼리 영혼을 혼인시키는 저승혼사굿도 있습니다. 씻김굿은 죽은 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천도하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그러나 씻김굿은 단지 죽은 이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가족을 위한 굿이기도 합니다. 씻김굿의 순서에는 안당부터 초가망(sequence to invite deities), 손님굿(sequence for the small pox), 제석굿(sequence for Buddhist deities)이 있는데 이것은 사실상 산 자를 위한 굿입니다. 안당(fist sequence)은 집안의 가신(household deities)과 조상(ancestral deities)에게 굿을 아뢰는 내용입니다. 초가망은 여러 신을 청하는 내용입니다. 손님굿과 제석굿은 굿을 청한 제가집 가족의 무병장수를 축원하는 내용입니다. 씻김굿에서 죽은 이를 위한 내용은 고풀이부터 시작되는 굿의 뒷부분입니다. 이처럼 앞부분에서는 살아있는 인간의 삶을 다루고 뒷부분에서 망자의 죽음을 다루는 것은 우리나라 오귀굿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즉, 씻김굿의 목적이 죽은 자의 저승천도에 있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오늘 굿을 벌이는 산 사람의 행복을 기원하는 목적이 내재된 것입니다.

씻김굿의 예술성과 의미

씻김굿에서도 가장 극적인 대목이 길닦음(lit. 'cleanse the road')입니다. 길닦음은 망자가 극락으로 가는 길(road)을 닦는 절차입니다. 이 때 긴 무명천으로 저승으로 가는 길을 상징하는데, 이를 '길베'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무명천은 인간의 수명과 관련된 상징을 갖는 것입니다. 어린아이가 태어나면 어머니는 자주 가는 당골 무당에게 무명천을 바치는데, 이를 '명(命)다리(life bridge)'라고 합니다. 인간의 수명을 저승까지 잇는 다리라는 의미입니다. 무당은 명다리를 바친 아이를 위해 매일 건강과 수명장수를 기원해 줍니다. 사람이 죽으면 무명천은 이승과 저승을 잇는 길로 바뀝니다. 무당은 죽은 혼령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면서 저승으로 혼령을 인도하는 반야용선(dragon ship)으로 길베를 닦고, 길베를 찢으면서 이승과 저승을 갈라 놓습니다. 길베를 닦으면서 무당은 혼령에게 인간세상을 하직하고 저승으로 들라는 하적소리(Song of Farewell)를 구슬프게 부릅니다. 전라도 씻김굿을 보노라면 한 편의 공연예술을 보는 것 같습니다. 무당의 노래는 판소리를 연상시키고, 무당의 춤은 살풀이춤의 원형이 됩니다. 무당의 노래와 춤을 반주하는 음악을 '시나위'라 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즉흥음악으로 손꼽힙니다. 특히, 진도의 진도씻김굿은 뛰어난 예술성으로 1980년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전라도 씻김굿은 죽은 이를 위한 굿이자 산 자를 위한 공연예술입니다. 음악성이 뛰어난 무당과 악사가 연주하는 전라도 굿음악은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