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무당 풍습과 굿판

전라도 굿음악과 판소리의 공통된 장단

전라도 굿음악과 판소리의 공통된 장단

전라도 굿음악과 판소리의 공통된 장단
전라도 굿음악과 판소리의 공통된 장단

전라도 굿음악에서 연주하는 여러 장단(rhythmic cycle)은 판소리(epic vocal genre)에서도 연주하는 장단입니다. 전라도 굿음악이 판소리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전라도 굿음악의 대표적인 장단

전라도 굿에 연주하는 장단인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엇모리 등은 판소리와 산조에도 쓰이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굿거리와 자진굿거리, 살풀이, 흘림 이런 무가를 반주하는 장단으로 쓰입니다.

장단의 종류와 특징

진양

전라도 구두막 장단 중에서 가장 느린 장단이 진양입니다 진양장단은 6박 장단이 몇 개가 모여서 한 집(lit. 'house')이라는 큰 단위(bigger unit)를 이루는데, 대개 넷이 모인 24박이 한 집을 이룹니다. 진양 네 장단은 각각의 음악적 의미를 갖습니다. 첫 장단은 머리를 '내는(lit. 'to set up')' 장단입니다. 둘째 장단은 가락을 '다는(lit. 'to add')' 장단입니다. 셋째 장단은 가락을 '맺는(lit. 'to conclude')' 장단입니다. 넷째 장단은 가락을 '푸는(lit. 'to solve')' 장단입니다. 이렇게 네 장단이 '내고 달고 맺고 푸는(set up – add – conclude – solve)' 음악 형식은 우리 음악의 독특한 특징입니다. 이는 4계절과 '일월성신(sun, moon, and stars)'의 사상('four nature')을 반영하는 철학적 의미를 담기도 합니다.

중모리 장단

중모리 장단은 '중간 속도로 몬다(lit. 'to drive in medium tempo')'는 의미입니다. 중모리 장단은 조금 느린 12박 장단입니다. 중모리 12박은 3박 넷이 모여 이루어진 장단입니다. 그렇게 중모리장단도 '내고 달고 맺고 푸는' 음악 형식을 갖습니다. 또 중모리는 전반 6박과 후반 6박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이는 음양(yin and yang)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중중모리 장단은 보통 빠르기의 4박 장단입니다. 중증 모리 장단은 실제로는 중모리 장단의 한 배가 빨라진 장단입니다. 한국 음악에는 '배'라는 단위가 있습니다. 이는 본래 활시위를 당기면 화살이 날아가는 거리를 의미합니다. 음악에서는 장단의 빠르기, 곧 템포를 의미합니다. 중모리의 한 배를 조금 빠르게 해서 중중모리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자진모리장단

중중모리의 한 배를 더 빨리 몰아가면 자진모리장단이 됩니다. 자진모리는 '자질게 몬다(lit. 'to drive in fast tempo')'는 의미입니다. '잦다(lit. 'frequent')'라는 말은 음악에서는 '빠르다'는 의미입니다. 자진모리는 조금 빠른 4박 장단입니다. 자진모리의 한 배를 더 빨리 몰아가면 휘모리장단이 됩니다. 휘모리는 '휘몬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장단 중에서 가장 빠른 장단이 휘모리장단입니다. 휘모리장단으로 부르는 노래는 매우 빨라서 마치 랩(rap)을 연상시킵니다.

엇모리장단

전라도 굿음악 장단 중에서 독특한 장단이 엇모리장단입니다 엇모리는 '어긋나게 몬다(lit. 'to drive crisscross')'는 의미입니다. 이 장단은 2박(duouble meter)과 3박(triple meter)이 합쳐진 5박(quintuple meter) 장단입니다. 이 장단을 굿판에서는 대왕놀이 또는 대학놀이라고도 합니다. 판소리에서 엇모리는 장수, 스님, 도사, 범 등의 범상치 않은 인물이 출현할 때 연주합니다. 얼마 전에 이날치밴드가 부르면서 유명해진 범 내려온다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는 본래 수궁가(Song of Underwater Palace)의 한 대목인데, 엇모리장단으로 부르는 노래입니다. 이날치밴드는 이 노래를 4/4박자의 흥겨운 리듬으로 변형시켜 만들었습니다. 전라도 굿음악의 장단은 판소리에서도 연주합니다. 판소리가 전라도 굿음악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