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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당 풍습과 굿판

충청도 법사의 굿

법사의 앉은굿

충청도 법사의 굿
충청도 법사의 굿

충청도에는 세습무당인 당골과 강신무당인 법사(法師)의 전통이 양존합니다. 오늘은 요즘 충청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법사의 굿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현재 충청도에는 법사라고 부르는 남성 강신무당이 많습니다. 법사는 신당에 앉아서 북(barrel drum)과 징(large gong)을 치면서 경(sutra)을 읊조리면서 굿을 합니다. 이렇게 앉아서 굿을 하기 때문에 법사의 굿은 흔히 '앉은굿(lit. 'sitting ritual')'이라고 합니다. 법사는 무가를 부르면서 타악기를 연주하는데, 대개 징을 연주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북이나 꽹과리(small gong), 장구(hourglass-shaped drum)도 연주합니다. 이는 마치 불교 승려가 목탁을 연주하면서 불경을 읊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독경과 설위설경

법사가 거행하는 앉은굿은 흔히 독경(lit. 'reading sutra') 혹은 설위설경(lit. 'setting offering table and reading sutra')이라고 합니다. 독경은 '경(經)을 읽는다'는 의미인데, 주로 도교(Daoism) 계통의 옥추경(玉樞經) 등을 읊조립니다. 설위설경은 설위와 설경의 두 영역으로 나뉩니다. 설위(lit, 'setting offering table')는 경을 읽는 장소인 경청(reading space)을 차리는 것을 의미하고, 설경(lit. 'reading sutra')은 경을 읽는 종교 의식을 의미합니다. 설위는 경청에 모시는 신장(spirits)들의 위계를 나타내는 위목(order tablet)을 설치하고 그 위목에 걸맞은 종이를 잘라 오린 각종 신들의 형상을 설치합니다. 설위는 화려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예술작품이기도 합니다. 경청의 위목은 주로 옥추경의 사십팔장(四十八將)과 십대왕(十大王) 등의 신령을 모십니다. 법사는 경청에서 경을 읽는 설경을 거행합니다. 법사의 앉은굿은 정신병을 치유하기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미친 사람을 고친다 하여 '미친굿(lit. 'crazy ritual')'라고 합니다. 귀신을 쫓아내는 축귀경 또는 축사경에는 굉장히 섬뜩한 대사도 들어갑니다. 앉은굿을 거행하는 무당을 법사라 하는 것은 이들이 불교 계통의 소리를 굿에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불교에서 노래하는 진언(sutra)을 법사들은 많이 읊습니다. 진언은 '불신의 말(Buddha's speech)'이라는 의미로서, 부처와 보살의 가르침을 간직한 비밀스런 어구를 뜻합니다. 진언은 산스크리트어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산스크리트어는 고대 인도의 언어를 말합니다. 산스크리트어를 한자로는 범어(梵語)라고 합니다. 옛 불교 경전은 산스크리트어로 기록되었습니다. 마치 천주교에서 아직도 유럽의 고어(古語)인 라틴어로 된 성가를 부르듯이 불교의 진언에는 산스크리트어(범어)로 된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옴 아라남 아라다'라고 하는 개법장 진언이나 '나무 사만다 못 다남 옴 도로도로 지미 사바하' 제신 진언 등이 있습니다. 이런 산스크리트어로 된 진언을 법사가 앉은굿에서 노래합니다. 이외에도 한자로 된 노랫말인 '일쇄동방 결도량 이쇄남방 삼쇄서방 구정토 사쇄북방 영안강'으로 노래하는 사방청이나 '나무상주 시방불 나무상주 시방법 나무상주 시방승'으로 노래하는 귀명례 삼보도 불교 음악을 법사의 앉은굿에서 받아들인 것입니다.

불교 음악의 영향

충청도 법사의 앉은굿은 도교와 불교 계통의 음악이 혼합된 것입니다. 법사는 불교의 승려처럼 신당에 앉아서 징과 북을 두드리며 경을 읽으면서 굿을 거행합니다.